조기주 展
2015. 03. 15 – 03. 30
갤러리 자인제노
big / SMALL, the animated film, DV, 1 min. 38 sec., 2015
방망이로 가격하기, 그릇 박살내기, 소리 지르기, 박수치기, 원 그리기, 찌르기. 소리값 상으로는 점강법적 이행이다.
작가의 전략은 상식인 점강법적 이행을 인위적 조작을 통한 점층법적 이행으로 대체시켜서, 시각과 청각의 부조화를 꾀하는 것이다.
크고 강한 것과 작고 약한 것을 서열화하는 이미지와 소리의 인과적 연쇄를 거부하기 위한 전략.
방망이를 든 작은 여자가 ‘나뻐, 정말 나뻐’라고 말하며 큰 남자를 가격하는 첫 시퀀스, 그 여자가 그릇을 깨는 두 번째 시퀀스, 소리를 지르는 세 번째 시퀀스는 작고 약한 존재인 ‘여성’의 현실 혹은 삶을 떠올리게 만들지만, 박수치기, 원 그리기, 이쑤시개로 찌르기 시퀀스는 앞의 세 시퀀스를 통일시키던 내적 관계를 해체하면서 텍스트를 다른 층위로 밀어 넣는다. 이것은 여성적 삶에 대한 ‘발언’이면서 현실로 환원 불가능한 지각 일반에 대한 현상학적인 ‘괄호치기’이기도 하다.
큰 소리는 작게 들린다는 도덕경의 대음희성(大音希聲)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가는 이미지와 소리의 이접(離接), 시퀀스와 시퀀스의 충돌을 통해, 인용된 도덕경의 ‘핵심’도 뛰어넘어버린다.
말하자면 작가는 이 판(frame) 저 판 다 인용, 참조하면서 ‘놀고 있다’!
양효실, 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