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조기주 개인전 “태초에……”
2002. 8 – 9. 3
갤러리 창, 서울
끊임없는 우주, 그 본질에의 탐구
우주, 생명, 생성, 물질, 신화, 태초, 원소, 자연, 신비, 음양, 창조, 원리, 연금술 …….
이 낱말들은 작가 조기주의 작품에 대해 논할 때 자주 언급되는 말들이다. 이것은 작가가 작품을 통하여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가를 추정하게 만드는 힌트이기도 하다.
이 단어들에게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우주와 생명체의 원리, 그리고 그 본질을 작품을 통하여 탐구해 왔다. 특히 이 탐구의 초점을 생성, 특히 ‘태초에(In the Beginning)’라는 수식어에 맞추었다. “늘 창세기를 펼치면 눈에 들어오는 ‘태초에’란 이 구절이 내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작가 노트)
조기주의 우주 본질에의 탐구는 평면 작업으로부터 출발했다. 원형으로 구성된 기하학적 형상 위에 갈색조와 청색조의 추상 기법으로 얹혀진 화면은 마치 과학 도면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러한 것으로부터 우주의 탄생과 본질에 접근해왔던 것이다. 평면 회화이지만 고정되어있지 않고 계속 운동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바로 그런 우주와 자연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탐구 과정을 그는 ‘회화의 연금술적 모색’으로 규정지었다.
이후 조기주는 평면 작업을 뛰어넘어 다양한 재료를 통해 조형적인 실험을 거치게 되는데, 가장 두드러진 변화가 바로 영상 매체의 도입이다. 즉 작품 주제에 대한 탐구가 조형적 실험과 더불어 확대되면서 더욱 심도있는 예술적 접근을 시도하게 된 것이다. 평면과 영상의 결합은 그의 주제 탐구를 더욱 부추기에 만든 계기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엿볼 수 있다. 15~20미터 길이의 대형 평면 작품과 부조 설치 작업, 그리고 영상 설치작업이 그것이다.
대형 평면 작품은 동양의 서예적 필치를 가미하여 힘있고 속도감 넘치는 화면을 연출하는데, 종전 작품의 ‘운동감’이 더욱 활기있게 나타난다. 또한 시야를 넘어서는 작품의 크기는 우주의 신비로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부조 설치 작업은 동양 철학의 원리인 음양오행(陰陽五行)을 도입하여 동서양이 오가는 철학적 깊이를 가중시킨다. 작은 나무 상자에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에 해당하는 오브제들을 담아 설치함으로써 오행의 상생(相生), 상극(相剋)의 원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상 작업은 현미경처럼 관람객이 특정 기제를 통해 들여다보는 작품으로 생명의 탄생을 상징하는 난자와 정자, 그리고 폭발과 더불어 새로운 생명 창조로 이어지는 과정을 미시적으로 보여주는 독특한 작품이다.
조기주의 이번 전시는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주제 접근을 통하여 그가 추구하고 있는 우주와 생명체의 본질과 그 원리를 더욱 집요하게 탐색해나간다. 주목할 점은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형과 색이 오행의 원리에서 바로 ‘토(土)’에 해당한다는 점인데, 형태의 주를 이루는 원형과 갈색조의 색채가 그러하다. 또한 생명 탄생의 근간을 이루는 자궁의 형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토(土)’는 모체를 상징한다. 이것은 오행에서도 특히 중심을 이루는 ‘땅’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가 우주의 본질과 생명의 원리를 연결시키는 것이 우연이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모든 장르의 예술은 우주에 대해 꾸준히 탐구해왔다. 원시예술에서부터 현대 추상미술, 설치미술에 이르기까지 ‘우주’는 항상 예술가에게 질문의 대상이었으며, 그것은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신비로움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조기주는 그 지점에 서서 자신의 삶과 예술의 근간을 그 신비로움에 두고 해답 없는 해답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그의 예술이며, 더욱 증폭되는 질문을 반복하면서 조기주는 그 신비의 중심부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이 근 용
<2002 광주비엔날레 전시팀장>
The infinite universe, and the exploration of its core…..
universe, life, creation, formation, substance, myth, element, nature, mystery, Yin and Yang, fundamentals, alchemy…..
These are the words often used when we refer to the works of Kheejoo.
Cho, and when we try to figure out what she intends to communicate to us in her works of art. We may assume from these words that she has long been exploring the origin of the universe and that of life on earth. Particularly, her focus has been on the phrase – In The Beginning. “When I open the Bible to Genesis”, Ms. Cho says, “I feel the phrase starting with – In The Beginning – resonating strongly within me.”
Ms. Cho’s exploration of the universe first began with a series of paintings featuring geometrical circles expressed in an abstract way in brown and blue tones. Thus, they created a false impression of being a piece of scientific floor drawings. Even though they are paintings, they create the illusion that the featured objects are constantly moving symbolizing the changes taking place in the universe and in nature. Ms. Cho calls the exploration process alchemical approach to painting.
At a later date, Ms. Cho started to experiment with other various mediums, the most important of which is the introduction of video art in her works. Her exploration grew further with a series of formative experiments in which the combination of plane drawing and of image served as a catalyst for the exploration of subjects.
In this exhibition, Ms. Cho has made several interesting attempts. For instance, her installation work includes a combination of objects, an image, a huge plane painting l5 to 20 meters in length, and a relief work.
By applying oriental calligraphy techniques to the huge painting, she has successfully created a sense of velocity and given it a dynamic touch.
More important, the size of the work is beyond our range of vision, thus it makes us feel as if we are part of another world, the universe.
On the other hand, her relief installation work reflects the oriental philosophical principle of Yin and Yang as well as the five elements. This
clearly embodies her attempt to deepen the philosophical depth of her works by bringing together the idea of East and West. On display is a small wooden box which contains objects symbolizing metal, wood, water, fire and earth. With these objects, Ms. Cho tries to express the principle of harmony and conflict in the five elements.
Ms. Cho’s image work is also very unique. It shows a kind of life
creation process by using an egg cell, sperms, and cell explosion which viewers can see by peeping through a microscope.
Through the exhibition, we can see that Ms. Cho took the exploration of the universe and the origin of life one step further. By adopting different kinds of medium, she has been able to express her ideas. Noteworthy are the shape and color (circles and brown) because they are part of the earth in the principle of five elements. The same applies to featured shape of a woman’s womb found in the works. Earth symbolizes mother, and earth is also is the center of the five elements. From this point of view, Ms. Cho’s works prove that it is not a coincidence to link the principle of life and the essence of the universe.
Throughout history, artists of every genre have explored the universe. From primitive to modern abstract art to installation art, the universe has remained an unanswered question veiled in mystery. By placing the root of her life and art in this mystery, Ms. Cho searches for an answer although she knows there is no absolute. If one is to summarize her art one can say it is this search for the answer. Be repeating the same question over and over again, she comes closer each time to the core of the mystery.
Lee Keun Yong < 2002 Kwangju Biennale Exhibition H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