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미술 1999년 8월호
조기주 展
1999. 06. 23 – 07. 02
가산 화랑
조기주의 작업은 지금까지 줄곧 우주적 질서와 생성, 수학적 형태와 자연의 질서와의 관계를 탐색해왔다.
이번 개인전에서 그는 이를 좀 더 공간화 된 프로젝트로 옮기고 있는데, 이는 싱글 채 널 비디오 작업을 시도했다는 점과 비디오 이미지 작업에서의 형태, 구조의 원심력과 구심 력 사이의 질서 관계에서 생성되는 공간으로부터 생면 기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 다.
그가 생명의 문제를 형태와 수학적 질서, 공간적 팽창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우연의 이미지로 다루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지고 있 다. 인간 중심주의 생명관과 자연적, 생물학적, 즉 우주론적 관점에서의 생명관이다.
인간 중심주의적 생명관은 생명의 기원과 본질에 관한 질문에서 인간의 역사, 인간 생 성의 기원에 관한 문제를 우선시한다. 그러나 우주론적 생명관에서는 ‘생명’의 문제를 이해 함에 있어 생명의 물리적, 공간적인 존재론적 위상과 그 법칙의 문제를 무엇보다 먼저 알아 내고자 한다.
조기주의 우주와 생명에 대한 관심은 후자의 문제의식에 속한 듯이 보인다. 그만큼 그 의 작품세계가 담고 있는 이미지는 ‘법칙과 우연’이 만나는 물리적 세계가 생성되는 원리들 을 우선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데서 나올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생명’인식은 역사관이 개입되지 않는 인식이다. 여기서 역사성이 개입되려면 생명에 관한 과학적 인식의 발전사가 반영되어야 한다. 이는 과학적 발전단계를 반영하는 이미지 생산의 수준이며, 그만큼 고도로 전문화된 과학기술의 미학에 상응해야 함을 의미한다.
여기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우리는 단순히 과학 기술의 발전 정도를 따라가기에 급한 이미지 생산보다는 새로운 차원의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한 미학적 상상력의 프로그램을 구 축하는 것이 더욱 창조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생명의 본질과 구조는 생명에 관한 관심의 사회적 기능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창조되 는데 이것이 우주 속의 한 가치로 ‘정치적’으로 배열되도록 미학적 프로그래밍이 절실히 요 구된 다.
강성원
미술평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