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주 The Stains of Life (삶의 흔적)展
2008. 12. 1 – 12. 13
갤러리 애맥
텅 빈 둥근 캔버스, 그 위에 어딘가로부터 떨어진 듯한 얼룩들… 조기주의 이전 작품을 기 억하는 이들에게 이번 개인전 출품작들은 다소 생소하다. 조기주의 이전 작품 세계를 지배 했던 물질 구조, 비정형의 형상, 초현실주의적 경향과 무의식적 사고, 개념과 의미의 중첩 등 카오스적인 환영들이 이번 전시에서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조기주는 평면에서 출발하 여 오브제와 영상, 영화에 이르기까지 30년 가까이 여러 가지 매체 실험을 병행하면서도 놓 지 않았던 자신의 이미지들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영역으로 한걸음 다가섰다.
이번 조기주 개인전의 중심을 이루는 텅빈 원형 캔버스는 아무것도 없는 듯 보이지만, 그것 은 수십 번의 덧칠을 통해 얻은 것들로서 그 물감 층 겹겹에는 작업실의 먼지, 붓의 털, 찌 꺼기 등 무수한 불순물이 스며있다. 불순물이라 하면 응당 제거해야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조기주는 이번 전시에서 어떤 가공된 이미지를 구성하는 대신 그 불순물들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여 캔버스의 층위를 구성해나갔다. 작가 스스로 제거된 완벽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오 히려 자신을 둘러싼 그 순간의 모든 환경을 작은 원형 우주 속에서 담은 것이다. 그 위에 불규칙적으로 얹힌 얼룩들도 의도한 형상들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작업 환경의 불순물들의 조합으로서 이제까지 이미지들을 통해 조기주의 작품에서 어렴풋이 읽을 수 있었던 내러티 브조차 사라지게 만들어버렸다.
조기주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의 그리기 개념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그 변화의 중심축은 그리기의 범위를 ‘행위’로 한정하지 않고 ‘작업환경’으로 확대시킨 것이다. 그 환경은 작업환 경 전체를 포괄하지만 작가의 주변을 결코 벗어나지 않는 일상적이고 소박한 것들이다. 그 소박함은 어떤 것 보다 작가의 작업과 끈끈한 인연을 맺고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소중하고 개인적이다. 따라서 작가의 환경들은 버려지고 소멸되어도 작품위에 살아 숨쉬며 쓰임에 대 한보상을받을수있게되었다.이것은중심만을바라보던 시선이주변부로옮겨지고있 는 현세대의 흐름과 맥락을 같이하며, 조기주의 이번 전시는 소모되고 버려지고 아무도 거 들떠보지 않는, 하지만 그것들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탄생 시킬 수 없었다는 것을 미처 인식 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결과론적인 사고방식을 환기시켜주는 중요한 테제를 던지고 있다.
이근용
미술비평
What I am interested in is not her working process or any methodological matter but her serious approach to a working environment usually away from our concern, unlike our interest in ‘depicted images’ and the ‘act of depicting’ something. The final images left in her painting are from the trivial, consumed, thrown-away, and abandoned. This approach is also intended to reconcile her canvas and such images. Even if abandoned or eliminated, such trivial things are alive and receive a reward in his canvas.
Impurities involved in the process of adding paints are also regarded as by-products of her work. They are not mere impurities but traces of her work. That is why they are in no way unpleasant to her gaze that already underwent change. Such purities she allowed in the process of adding colors to her canvas are perhaps an inevitable element in her work.
Through her pieces on display at the exhibition, the artist raises a critical issue no contemporary humans realize with their way of thinking focusing on only results. That is the fact that we can give birth to nothing without such trivial things.
Lee, Keun Yong
Art crit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