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미술 2002년 10월호
조기주 展
2002. 8. 28 – 9. 3
갤러리 창
소설가인 김제영 씨는‘그녀의 작품은 전위적이고 대담하고 돌발적이다’라고 몇 년 전 그의 전시를 관람하고 난 후 잡지에 기고한 전시 리뷰에서 기술하고 있다.
필자가10여 년 전부터 조기주 선생을 대하면서 느꼈던 일면을 꼬집어서 설명한 표현이었다. 그는 작은 체구에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지난20여 년간 열 차례의 개인전과 수십 차례의 단체전 등을 개최하면서 작가로서의 성실성과 탐구정신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불 수 있다. 대작의 회화작품과 작은 나무상자에 부조로 작업한 작품들 그리고4분40초의 비디오 영상작업이다. 작품의 주제는 조셉 캠벨(Joseph Campbell)의 《신화의 힘》이라는 책에 나오는’In the Beginning’ 이라는 제목에서 따온 〈태초에〉로, 창세기의 첫 구절인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조기주는 우주의 생성과 생명의 창조에 깊은 애착을 갖고 있다. 이를 회화로 표현하기 위해 원과 점, 그리고 선을 이용해 우주 · 영원성 · 알 · 자궁 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회화에서는 생명과 우주의 시작을 힘찬 서예적 붓터치로 구현해 내고 있으며, 부조작업에서는 동양철학의 원리인 음양오행을 도입하여 오행의 상생과 상극의 원리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비디오 영상 이미지는 이미1999년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것을 재구성한 것으로 현미경으로 바라본 난자와 정자의 미시적 세계를 ‘초월적 맥’ 이라고 명명하며 신비스럽게 형상화하고있다.
지난 전시의 작품들에 비해 이번 전시의 작품들 중 작은 상자 부조 작업은 매우 장식적이며 여성스럽다. 특히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주 대하는 자신의 얼굴을 컴퓨터로 합성한 작 품들은 신세대의 펑키한 이미지여서 코믹하기까지 했다. 우주라는 심오한 이미지에서 다소 벗어나5원소를 다룬 화려하고 깜찍한 작업들은 작가의 양면성을 드러내는 연금술사적인 마술에 가깝다고 하겠다.
이번 전시를 통해 조기주가 추구하는 선(禪)의 궁극적 목적인 ‘평상심’이 잘 구현되었기를 바라며,그의 다양한 작업세계가 관람자들에게 깊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않는다.
이화익 · 이화익갤러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