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8월호, 1995
pp. 136-137
건축과 미술이 만났다. 물론 그런 식의 만남은 우리가 환경조형물에서 늘상 접해 은 방식의 하나일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통상 보아왔던 것은 엄밀히 말해서 건축물과 미술품이라는 각기 완성된 작품의 만남이었지, 건축과 미술이라는 장르의 만남은 아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건축의 설계가 다 끝난 뒤 미술 작품에 대한 구상이 시작되거나 심지어 건축의 시공이 끝날 무렵에서야 남는 빈 공간에다 미술품을 채우는 정도였던 것이다.
이런 방식을 두고 공동작업이라기에는 무리가 있다. 거기에 비하자면 작년 가을부터 함께 구상하여 이번에 발표를 갖게 된 김명옥 · 조기주전은 서로 다른 작품을 한방에 설치하는 2인전이 아니고 두 사람의 노력이 한 작업 속에 녹아들어간 공동작업(collaboration)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건축과 미술의 만남, 더 나아가서 건축가와 미술가의 만남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서양미술의 역사에서 보자면 건축가는 조각가나 화가를 겸하기가 일쑤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렇다. 그리고 현대의 미니멀 작가들은 자신의 집을 스스로 건축하기를 좋아한다. 따지고 보면 단일작품으로의 미술품이 건축으로부터 떨이져 나온것도 몇 세기가 되지 않는다.
캔바스 회화가 벽화로부터 조금 일찍 떨어져 나왔고 조각은 건축과 늘상 따라다녔다. 그러니 건축가와 미술가가 공동작업으로 만난다 해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다. 단지 우리가 서양미술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선행되어야 했던 건축의 역사가 소개되었기 때문에 조금 어색할 뿐이다.
옛사람은 우주를 무한한 시간과 공간의 큰 집이라고 생각했다. 우(주)는 끝없이 큰 공간의 집을 뜻하고 주(宙)는 영원히 멈춤이 없는 시간의 집을 뜻한다. 공교롭게도 김명옥은 집을 짓는 사람이고 조기주는 지금까지 우주적 본질에 관한 페인팅을 해온 사람이다. 그들이 만든 것은 두개의 방인데 하나는 죽음의 방이고(Rooms of Death) 또 다른 하나는 부활의 방(Rooms of Rebirth)이다. 그러나 이 둘을 한데 묶어서 보면 불생불멸(不生不闻)의 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은 무한한 공간과 무한한 시간이 채워진 우주라는 큰 집이라고 비약시킬 수가 있다.
이번 전시에서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적인 구조는 대칭성이다. 일반적으로 대칭성은 엄격하면서도 단순함을 드러낸다. 그러나 여기서 대칭성이 필요했던 것은 대칭성만이 갖고 있는 힘 – 서로 관련없을 것 같은 다양한 현상들을 연결시키는 위력 때문이 아닐까. 이 세상의 현상들은 너무도 복잡해서 그것올 설명하기란 요령부득이다. 그 복잡다단한 삼라만상을 담고 있는 것이 우주의 공간이다. 그럴진대 이현상을 가장 절제된 형식, 경제적인 방법으로 드러내기 위해서는 자연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를 빌릴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자연의 가장 근본적인 규칙, 원리는 바로 대칭성이다. 조기주의 페인팅은 자연속의 질서 없는 에너지처럼 난폭하고 거칠며 반기하학적이다. 이것은 마치 부분적인 자연의 무작위(random)한 현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대칭성이라는 전체적인 자연의 본질적인 구조에 의해 보다 높은 차원의 통일성을 갖게 되며 그것은 우주의 어떤 섭리를 향하고 있다.
또하나 여기서 시간을 드러내는 기본적인 소재는 물이기가 쉽다. 부활의 방에는 물이 채워져있다. 그리고 그 물은 모터에 의해 계속 흘러가도록 되어 있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이라는 비유가 아닐까. 영원토록 멈춤이 없는 시간의 집(宙), 거기에는 모든 존재들의 부단한 환원만이 있을 뿐이다. 부중불감(伓增不減)와 세계 속에 갖힌 삼라만상들은 환원을 통해서 비로소 안타깝게 흔들리는 존재의 미미한 물결을 갖게된다. 생(生)과 사(FE)가 엇갈리게 되는 젓이다. 그것은 보다 더 큰 세계를 약속하는 커다란 흐름이 아닌지 마치 두사람이 페인팅에서 인테리어, 엑스테리어(exteria) 그리고 환경미술(Environment Art)를 지향하면서 바라보는 물결 너머의 저 세계의 가능성처럼.
글 / 황인
Inspiring to the Korean public who have been unfamiliar to linking art with architecture.
Ancient people believed that the universe was a huge house built of infinite time and space. The Chinese characters that make up the word ‘uju,, or universe」, respectively mean「house of infinite space」and 「house of eternity」.
Coincidentally, architect Kin Myoung-Oak builds houses, and artist Cho Kheejoo paints paintings on the essence of the universe. Together, they have built two rooms in this exhibition: the Room of Death and the Room of Rebirth. The two rooms make up a 「Room of Eternal life」-a metaphor for the universe or the house of infinite time and space.
In this exhibition, the basic structure of space is symmetry. Ordinarily, symmetry describes simplicity and discipline. But here, symmetry is used as a powerful tool to connect incomprehensive and complex phenomena. The phenomena that occur in this world are so diverse and absurd that we will never find words to explain them. In order to express these phenomena within the domain of this universe, perhaps the only means we can find is the most basic and simple principle of nature – symmetry. Cho Kheejoo’s paintings rough, violent and anti-geometric, just like the chaotic forces of nature. They strike the viewers as à since of nature’s random phenomena. With the use of symmetry, Cho brings a certain sense of coherence to this complexity and directs his works toward a universal meaning.
On the other hand, the basic element used to express time in Kim and Cho’s installation works is water. In the exhibit, the Room of Rebirth is filled with water, endlessly running through a motor device. This can be interpreted as metaphor for the passing of time. Inside this「house, of eternal, ever-flowing time, all existence is resolved in endless cycles of the universe. All the beings locked in this world of infinity now form small, weak waves in the course of their resolution. They are on the crossroad between life and death.
And through all his, Kim and Cho present a whole new possbilty beyond these waves – perhaps towards a more mature encounter between art and architecture, between the interior and the exterior.
(Translated by jung Ha-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