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주 展
2004. 11. 21 – 11. 30
인데코화랑
작가 조기주의 예술적 관심사는 우주의 생성과 생명의 창조이다. 페미니스트적인 관점인 알, 자궁, 탄생을 주제로 궁극적으로 우주의 생성과 생명의 창조를 표현하고 있다. 어떻게 우주가 생겨나게 되고, 어떻게 신비로운 생명의 탄생이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현상을 그 동안 수많은 작품을 통해 회화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해왔다. 이런 심원하고 신비로운 원리 즉, 우주와 생명의 의미를 도출시키기 위해 작가는 기하학적 형상과 추상적 표현을 그 수단으로 하고 있다. 그리하여 원의 시작인 ‘점’과 운동성 있는 점을 상징하는 ‘올챙이 형상’ 그리고 그 움직임의 결과로 나타나는 ‘선’ 등을 이용하여 계속적으로 파괴와 생성을 거듭하면서 변화하는 우주와 생명의 물리적 현상을 2차원 화면으로 잘 환원시키고 있다.
그러나 조기주의 작품이 페미니즘 안에서만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취향의 관람자를 포용하는 이유는 그녀의 동양철학 정신세계에 대한 소박한 이해일 것이다. ‘물질과 정신성, 삶과 죽음, 혼돈과 질서, 내용과 형식 등 이런 상반된 개념들을 새롭게 조화시켜 태초의 통일된 상태’로 이끌려는 것이 동양 철학의 관념을 형상화하려는 조기주의 작품세계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다른 회화적 방식과 재료를 사용하였다. 일종의 꼴라쥬 형식으로 나무합판의 평면 위에 드로잉을 한 뒤, 진주구슬과 장식구슬을 붙여서 부조적인 느낌이 들도록 제작하였다. 멀리서 관찰자가 그림을 볼 때는 이차원적인 느낌이 들지만, 가까이 가서 보게 되면, 작품은 수많은 원형의 구슬이 있는 3차원적인 입체감으로 관찰된다. 이러한 시도는 작가가 초기에 우주의 생명과 창조에 관심을 가지고 연금술적인 접근으로 물질의 의미, 그 본질을 발견하려고 ‘현대의 연금술’인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한 3차원 작업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지 않나 싶다. 실제로 작가는 “이러한 3차원적 작업이 자신의 예술적 모티브와 연관이 많다”고 직접 진술하고 있다.
작품 속의 자연과 우주는 하나의 추상적 형상으로 그녀의 과거 작품표현과 마찬가지로 알, 올챙이, 원으로 재현되며, 또한 추가적으로 꽃이라는 새로운 형상으로 나타난다. 원은 마치 하나의 우주적 생명을 탄생시키려 하는 것처럼 율동적인 나선의 형태로 표현되고 꽃은 자연에서 스스로 생명을 유지하려는 야생화로 묘사된다. 그러나 과거 작품이 자유롭고 대담한 터치를 통해서 질서를 무너뜨리며 그녀의 세계를 표현했다면 이번 전시의 작품은 매우 절제되어 있는 부드럽고 더 단순화된 조화의 우주다. 일종의 절제미를 작품을 통해 보여주면서, 작품의 전체적 분위기는 더욱 더 여성적이며 푸근한 느낌을 들게 한다. 거친 터치는 규격화된 오브제들로 정돈되었고 다양했던 색채도 하얗게 그리고 우유빛 같은 담백한 색조로 바뀌어 자연이 주는 순결함과 신비함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부드러움 속에서도 작가 조기주는 신비스러운 우주와 생명의 이미지를 속도감 있게 표현하며 쉬지 않고 역동하는 작가의 정신세계와 정체성을 보여 주고 있다.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지금까지 추구했던 형이상학적인 철학적 관점에서 벗어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마음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변화하고 싶고 그리고 내 속에서 갈등하고 있는 이원적인 나 자신을 조화롭게 만들어 나도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었고 자연 속에서 숨쉬는 맑은 공기를 화면 속에다 불어 넣어 관객과 함께 평상심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라는 작가의 말속에서 이런 고민의 여정을 느낄 수 있다
박성국
미술사 박사